鬼神
퍼온글
귀신은 사람이나 동물 등 무릇 생명이 죽은 후에 남는 혼령(魂靈)을 말하며, 과학적으로는 인간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심령(心靈)의 영상(影像)으로서 비실존적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도 일반대중 뿐만 아니라 민간신앙을 연구하는 학자나 심령과학자들까지도 혼령의 실재(實在)를 부인하지 못하고 그 존재를 규명하고 있으며,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 민간에서는 부단히 이 혼령과의 접촉의 실례(實例)를 보아 오고 있는 터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흔하게 알려지고 있는 사례로서 제삿날 본가(本家)를 찾아가는 여인의 혼령에 관한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보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대소설이나 설화 중에도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는 너무나 많으며 실질적으로도 과학적인 증명만 되지 않을 뿐 귀신과 인간관계의 불가해(不可解)한 실례는 너무도 많다.
이러한 귀신을 옛 선조들은 음양설(陰陽說)로 해석하였다. 조선 영조 때의 학자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그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천지간에는 기(氣)가 가득 차 있고 곧 그 기가 정령(精靈)이며, 음(陰)의 정령이 백(魄)이고 양(陽)의 정령을 혼(魂)이라 이르며 이 혼백(魂魄)이 합하여 인간의 정신과 근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죽으면 양기(陽氣)가 유산(游散)되는 것이니 이것은 곧 유혼(游魂)이 삶을 변하여 죽음으로 되는 것이다. 이 유산하는 혼 가운데에는 그 유산함에 있어 혹은 오르고 혹은 내리는데 오르는 것은 양이요, 내리는 것은 음이며, 오른 것은 신(神)이요, 내린 것은 귀(鬼)라」 하였다.
즉 기는 음과 양으로 나뉘고 여기서 음은 백(魄)이고 양은 혼(魂)이 되는데, 또 이 혼 중에서 승천(昇天)하는 것은 양으로 신(神)이 되며, 내리는 것은 음으로 귀(鬼)라 한 것이다. 그래서 신(神)은 양의 영(靈)이요 귀는 음의 영(靈)으로 본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산 사람의 영혼은 생령(生靈)으로서 귀신이 될 수 없으며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귀(鬼)와 신(神)으로 된다고 보고 있다. 생명이 끊어져 그 혼이 유산할 때는 점차로 유산하는데, 화로에 묻어 놓은 불처럼 잘 묻어놓은 불은 오래 가며 잘못 묻어 놓은 불은 곧바로 사위는 것과 같이, 그 기가 강한 혼은 오래 가면서 유산하고 기가 강하지 못한 혼은 곧 유산한다고 보고 있다.
조선시대의 김시습(金時習) 역시 『금오신화(金鰲新靴8』의 남쪽 염주부이야기에서 귀신을 음양설로 해석하였다. 우리 말에 ‘신출귀몰(神出鬼沒)’이란 말이 있듯이 이 귀신은 인간과는 달리 자유자재로 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인간은 육체적인 제약으로 그 능력이 아주 한정되어 있으나 귀신은 육체를 떠난 기이기 때문에 능력에 한계가 없으며, 또한 인간과 같은 성정(性情)을 지녀서 인간을 도와 주기도 하고 해를 끼치기도 한다.
성호사설에 보면 귀신도 정상인과 같아서 강도(强盜) 같은 것도 있고 절도(컑盜) 같은 것도 있으며, 사람만 귀신을 꺼리는 것이 아니라 귀신도 사람을 꺼린다고 하였다. 그리고 귀신은 사람의 기가 허약한 틈을 타서 침입하며 그것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그 속임수에 빠진다고 하였다.
또 귀신은 인간의 형체를 빌어 인간과 접촉을 가지며 생활하기도 한다. 다만 그 기한이 한정되어 짧은 접촉에서부터 3년의 기한을 넘지 못한다.[註] 그러나 그 신격(神格)에 따라 일개인이나 한 가정의 화복(禍福)을 좌우하는 신이 있는가 하면, 한 마을이나 일정 지역의 길흉을 좌우하기도 하고,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신도 있다. 우리 인간은 이러한 귀신에게 친근감보다는 경외감(敬畏感)을 가지며, 따라서 그 위력에 의해 재화(災禍)를 면하고 복을 얻고자 귀신을 숭상하여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민간신앙에서 보면 이러한 귀신은 사람이 죽어서 뿐만 아니라 원통하게 죽은 동물 역시 악령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또 동물이 오래 살게 되면 신통력(神通力)도 갖게 되어 둔갑을 자유자재로 해서 사람을 해치거나 골탕을 먹이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암석(岩石)이나 수목(樹木)에서도 정령(精靈)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어 이를 함부로 깨뜨리거나 베지 않으며 이 바위나 수목을 신앙하기도 한다.
출처: 서울60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