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칠석이 가지는 의미
오늘은 음력으로 7월7일 칠석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양수인 홀수 날이 겹칠 때는 길일이라 하여 그냥 넘어가지를 않고 꼭 그날을 기리는 의식인 민속놀이를 즐기면서 그날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곤 하였다.
1월 1일이 그렇고, 지금은 시들해져버린 3월 3일인 삼짇날, 강릉단오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5월 5일인 단오날, 그리고 7월 7일인 칠석날이다.
칠월칠석은 삼짇날과 같이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날인 것처럼 지내고 있지만, 사실 삼짇날이나 칠월칠석날은 다른 날보다 더욱 민족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의미가 깊은 중요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칠석날이 되면 민족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의식이나 민속놀이는 사라지고 오직 절에 가서 개인의 기복만을 기원하는 불공을 드리는 날이 되어버렸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칠월칠석날은 불교와는 아무른 상관이 없는 날이다.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 은하수를 건너 만나는 뜻 깊은 날로 바로 직녀성의 날이기도 하다.
<태백일사/삼신오제본기>에서는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는‘나반’이‘아만’을 만나기 위하여 하늘의 강, 즉 은하수를 건너는 날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하늘의 은하수는 천해天海라고도 하였으며, 이것이 지금의 북해北海라고 하였다.
또한 천도天道, 즉 하늘의 도는 북극에서 일어난다. 고로 천일天一의 물이 나온다. 이를 북극수라 하며 북극은 수정자水精子가 기거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하늘에서 ‘수정’은 남방주작 칠 수에 속한 첫 별자리인 ‘정수精宿’를 말한다. 정수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별자리며 흔히 동쪽 우물이란 뜻으로 동정東井이라고 하였고 남자들의 첫 경험에서 얻어지는 사정을 ‘동정’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보면 천일의 물, 즉 천일 생수와 수정자 등 물과 관련된 말이 많이 나온다. 이것은 물이 바로 생명의 근본으로 생명은 생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여성은 자궁은 새 생명을 잉태하는 곳으로 모두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칠석날은 여성들의 날로 칠석제는 여성들이 제관이 되어 지낸다. 또한 여성들이 우물을 청소하고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또한 칠석제의 제물도 남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오이, 가지, 호박, 당근 등을 바치기도 한다.
즉, 하늘에서 음양의 교접이 일어나는 날이 바로 칠석날이라는 것이다.
칠석날에 하늘에서 음양의 교접이 이루어져야 땅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도 열매를 맺고 맛이 든다는 것이다.
즉, 칠석날이 지나야 땅에서 자라는 농작물들이 즉, 벼가 이삭을 맺고, 모든 과일은 맛이 들어 그 과일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의 기운이 극에 달한 5월5일 단오와 달리 칠석날은 양과 음의 기운이 일 년 중 같은 시기라고 한다.
임금의 용상 뒤편에 항상 자리 잡고 있는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는 임금의 위상을 나타내는 그림도 되지만, 바로 칠석날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형상을 나타낸 그림이다.
즉, 양과 음의 기운이 똑같다는 의미의 해와 달, 그리고 그 아래 그려진 오악은 바로 팔도강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이 그림은 임금이 나라를 다스릴 때 음양의 기운이 똑같듯 불편부당함이 없이 공평하게 나라를 다스리라는 교훈이 담긴 것으로, 임금이 항상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것이다.
그러나 천문을 모르고 칠석날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요즘 사람들은 이 일월오악도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견우, 직녀 전설은 중국의 우왕(BC2311)때 생겨 난 신화로 누구나 알고 있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다.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하고 아름다운 가는 하늘의 별자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직녀를 의미하는 직녀성인 ‘녀수女宿’ 위에 ‘패과敗瓜’라는 깨진 바가지란 뜻이 담긴 별이 있다. 직녀는 견우를 만나려고 그 깨진 바가지로 은하수 물을 퍼내려고 하였으나 깨진 바가지론 그 많은 은하수 물을 다 퍼 낼 수 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직녀는 ‘점대漸臺’라는 정자 모양의 별자리에 올라 견우를 그리워하면서 사랑의 정표를 자기가 짜고 있던 베틀 북을 견우에게 던졌는데 그것이 ‘포과匏瓜’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견우 또한 직녀가 그리워 논밭을 갈 때 끌던 소의 코뚜레를 던졌다. 그 별이 ‘필수畢宿’라는 별자리가 되었다. 다시 직녀가 견우에게 자기의 아름다운 머리를 빗든 빗을 던졌다. 이 별이 바로 ‘기수箕宿’라는 별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러한 전설에 걸맞게 칠석날은 바로 연인들의 날이기도 하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연인들이 다시 만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러니 장사꾼의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진 Valentine Day나 White Day 그리고 Black Day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칠석날을 우리는 <연인들의 날>로 제정하여 우리의 전통음식인 떡을 먹는 날로 정하자고 벌써 7년 전부터 주장해 왔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칠석날이 가진 음양의 조화와 견우직녀의 만남을 기리는 뜻으로 전 세계에 흩어진 우리 민족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축제, 더 나아가 전 인류가 한자리에 모여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였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 칠석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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