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가 고약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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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가 아주 고약한 놈이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말을 자주하곤 합니다. 보다 속된 의미로 ‘심뽀’라는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이것도 역시 한의학적인 용어가 우리말이 된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말이 아무런 의미없이 그냥 심술부리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점은 왠지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기 중에 심씨 성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의 심성은 매우 곧고 융통성이 없어서 동기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의 할 도리를 잘하는 성실한 친구인데 이것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만들었는지 하여간 친구들에게 밉게 보였습니다. 한해는 동기들의 모임에서 즐겨 참석하지 못한다는 질책을 받았으나 이것은 그 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결과를 가져와서 상당히 반발했습니다. 이때 얼굴을 붉히는 순간까지 간 적이 있는데 이런 일이 있은 후 그 친구의 별명은 심보가 되었습니다. 심씨 성을 가진 사람이란 의미의 심술보 정도의 해석을 내린 별명입니다. 이 별명은 수년이 지나면서 고교시절의 친구들이 함께 만나는 기회가 없어지며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누구도 그 별명을 지었는데 대해 논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한 별명이 붙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인데 그것조차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의학에서 심포(心包)라는 장기에 대한 의문이 쌓이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의학에서 ‘심포’라는 용어는 마음보를 뜻합니다. 마음보는 바로 마음을 쓰는 아량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달리 ‘심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읽을 때 경음화 현상으로 ‘심뽀’라고 발음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한번쯤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일은 왜 ‘심장’이 있는데 굳이 ‘심포’를 만들어 두 가지 방면으로 생각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그것은 심포라는 장기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오장육부에서 장이 부에 비해 하나가 적은 것을 보충하여 같은 숫자로 균형을 맞추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왜 그러한 배열을 했는가? 이것에 대한 대답은 없습니다. 적어도 문헌에 근거한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선인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의미이므로 언급을 안해 놓았는지 모를 일이지만 요즈음에 와서 그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추측해 보고자 합니다.
인간이 마음을 쓰는 데에는 한도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이 자연 삼라만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마음을 쓸 수 있다면 부처가 따로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회가 발달되면 인간의 능력이 전문화되면 될수록 더욱 그 한계가 좁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대로 세심한 마음을 쓰는 사람은 점차 많아질 것입니다.
필자는 가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많이 합니다. 특히 신경이 예민해 정신적으로 아주 불안한 사람이 자신의 예민성을 인정하지 않을 때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비유입니다.
“여기 하나의 볼펜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인식하는 여러 사람이 각자가 얻어내는 인식의 정보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하지 않고 둔한 사람은 볼펜이 하나 있구나 하는 정도의 인식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복잡한 사람은 다양한 정보를 얻어낼 것입니다. 볼펜의 색은 검고, 스프링이 내장된 볼펜이며, 무게는 가볍고, 껍질의 색은 희고, 볼펜의 심에 잉크가 좋은 것인지 하여간 다양한 관찰을 할 것입니다. 특히 볼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방면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것입니다. 그러면 둔한 사람이 가지는 정신적인 노동과 예민한 사람이 가지는 정신적인 노동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둔한 사람이 얻어내는 정보는 예민한 사람이 얻어내는 정보에 비해 아주 적으므로 노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업무 외적인 분야라면 예민한 사람은 쓸데없는 노동력을 허비한 것이며, 둔한 사람이라면 효과적인 노동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누가 현명한 사람일까요?”
인간에게 적어도 심포라는 개념의 장치가 없다면 심장은 얼마가지 않아서 터질 것입니다. 계속적으로 가해지는 정신적인 부담은 결국 심장의 피곤하게 만들 것이고 그러면 인간의 결국 심장병을 얻을 것입니다. 사고의 융통성이 없기 때문에 매사가 피곤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마음을 담아 두는 그릇 내지는 보자기는 분명히 의미 있는 장치입니다.
심포는 마음을 쓰는 방향을 설정하는 그릇입니다. 보자기나 그릇은 그 크기에 따라서 담을 수 있는 마음이 결정됩니다. 심포가 넓은 사람은 마음을 다양하게 쓸 수 있으며, 심포가 좁은 사람은 마음을 아주 좁고 단순하게 쓸 수 있습니다. 심포가 넓은 사람은 마음을 쓰면서 다양한 적응을 이룩합니다. 결국 순응하는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심포가 좁은 사람은 마음에 맞는 일에만 자신의 마음을 주니 도전하는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심포가 넓은 사람이라면 다양한 일들에 대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팔방미인격의 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심포가 좁은 사람은 전문적인 분야에서 빛을 발휘하나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절대로 마음을 주지 않으므로 아주 제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관여하며 살수 없습니다. 역할의 분담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심포는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인간이 마음을 쓰는 방향을 설정하고 능률적으로 세상을 살게 하거나 아니면 효율적인 생활을 방해하며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길을 만듭니다.
순간 순간에 벌어지는 일상의 사건에서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데 역시 심포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효과적으로 사건에 순응하고 조화롭게 일을 처리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마음보는 분명히 현명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반대로 조화롭지 못하고 비효율적이면 분명히 어리석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혹자는 심보가 고약하다고 말합니다.
이제 심포라는 한의학적인 의미가 철학적으로 어떠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구체적으로 한의학적인 의미를 들어보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필자의 추측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생각하면 오장에 심포가 있어 육장이 되며 여기서 마음에 관여하는 장기는 심과 심포 두 장기이므로 무려 육장의 삼분의 일이 마음에 관여한다는 점입니다.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병이 발생한다는 철칙이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모든 병자가 마음이 바르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것은 바로 심포가 바르지 못하고 고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여러 가지 환경의 자극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마찰을 일으키며 심사가 뒤틀리는 일들이 발생하고 그러면 마음의 균형이 깨지며 몸과 마음을 상하기 쉬워집니다. 이것이 바로 병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항상 마음보를 바르게 써야 한다는 권고합니다. 마음보가 바르게 되려면 어떠해야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저 마음보를 바르게 쓰고 고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미 마음보에 대한 개념이 바르게 잡혀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니 그 의미를 재차 물으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재차 여쭈어 볼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서에서 개념의 설정은 그냥 이심전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방법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서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수많은 상상을 낳고 올바른 개념의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안다고 올바른 방법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건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음보는 이러한 의미에서 그 개념의 설정이 아주 모호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현대 신경정신과의 영역에서 과연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영역에 대한 연구는 분명히 한의학에 비해 못할 것입니다. 심보에 대한 영역의 연구는 한의학의 발전에 숨겨 놓은 비밀병기 입니다. 이제는 ‘심보가 고약하다.’는 의미를 알아내고 나아가서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을 고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한의사가 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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