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신난다!
정신과학으로 풀어본 전통사상
‘신명 난다’와‘신명神明’의관계
우리에게 있어 최고로 기분좋은 상태를 표현하는 말은“신난다!”일것이다. 이 이상으로 최고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있을까? 신바람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유사한 표현인“재미있다”는 말은 벌써 차원이 다른말이라는 느낌이든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신난다고하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그런데“신난다”고하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신명나다”의 준말이라고 하면서 좋은일이 있거나 또는 어떤일에흥미가 생겨 매우 좋아진 기분이라고 풀이되어있다. 신명은 또한 한자가 없는 우리고유의 말로서 흥겨운 신과멋이라고 설명되어있다. 그런 한편으로 한자어인“신명神明”을 찾아보면 하늘과 땅의신을 가리킨다고 풀이되어있다. 양자간에는 정말 아무런관계가 없는것일까? 우리민족이 예로부터 하늘의 신을 체질적으로 마음속에 모시고 살아왔다는것을 생각하면 분명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것이다.
신난다고 하는것이 어떤측면에서는 신들렸다고 하는것과 유사한면이 있다는것을 우리는 몸으로 안다. 신들린것은 말그대로 귀신에게 씌거나 신이 내린 것을 말하며 이와 같은 상태에서는 일종의 엑스터시 상태가 되어 보통 때는 하지 못하였던 일이나 혹은 작두 위에서 춤추는것과 같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도 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일에 매우 열중하여 보통때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일때 이와같은 상태에 빗대어 신들렸다는 표현을 쓴다. 신들림과 연관이 깊은 무당의 시원을 거슬러 가면 바이칼 호를 중심으로 하는 시베리아 일대의 종족들에게서 발견되는 샤먼과 매우 유사하다. 단군도 본디는 부족을 수호하는 제사장으로부터 유래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늘을 섬기면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하늘과 하나가되면서 신들리게되는것이 체험적으로 혹은 경험적으로 익숙한 일이다. 이것을 보면 신난다고 하는 말의“신”은 우리고유의 낱말이라기보다 말 그대로“신神”을 가리킨다고 생각할 수도있다.
신명 나는 것은 마음과 몸의 기운이 신의 경지에 이른 것
신에 대해서 물으면 대개는 하늘에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절대적 존재를 생각한다. 물론 그런 측면의 의미를 갖고있는것은 분명하다. 그렇기때문에 사전에 보면 신명神明에 대해서 풀이하기를 하늘과 땅의 신을가리키는 것이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보다 깊이 생각할 필요가있다. 왜 신명일까? 그 실마리는『삼일신고』에서 찾아볼수있는데『삼일신고』의 주를 쓴 임아상이“삼일신고”라는 제목에 주를 달기를“삼일은 삼진귀일三眞歸一이며 신神은 명明이고 고誥는 문언文言이라”하였다. 풀이한다면“삼진이 하나로 돌아가는 밝은 글”이라는뜻이다. 왜 신神을 명明이라고 하였을까? 신과 명은 어떤 관계가 있는것일까?
앞서 일신, 즉 하나님과 삼신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체體로서는 일신이고 용用으로서는 삼신이라는것을 설명한바있다. 셋은 살아있는움직임의 상태를 의미하며 사람으로서는 심心, 기氣, 신身이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사람은 태어날때 주변환경에서 영향을 받는것을 피할수없으며 그결과 어느것이 참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를 두고『삼일신고』에서는 뭇 사람들은 진眞과 망妄의 갈림길에서 헤매다가 죽는다고 표현하였다. 그러나 수련을 계속하여 진과 망의 갈림길에서 벗어나 돌이키면 곧 참이니 마음은 평平해지고, 기운은 화和해지며, 몸은 강康해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평平, 화和, 강康은 사람이 하나가 된 상태에서 드러나는 속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암은 신으로서의 마음, 기운, 몸의 속성을 설명하기를 허虛, 명明,건健이라고 하였다. 신의 마음은 비었으니 다함이 없고, 신의 기운은 밝으니 막힘이 없으며, 신의 몸은 굳세니 싫증냄이 없다『( 대배달민족사』3권, 253쪽, 고려가“神而性曰虛神而命曰明神而精曰健旣曰虛則何盡之有旣曰明則何禁之有旣曰健則何厭之有”). 이 때문에 이암은『단군세기』서序에서 기가 밝고 밝아서 어두운 것이 없는 것을 두고 진성眞性이라 말한 것이다『( 환단고기』, 김은수 역, 47쪽, 가나출판사“氣之炯炯不昧乃眞性也”). 성性은 하나가 된 마음을 말하는것이니 진성은하나가되어 참을 회복한 마음, 곧 신인합일神人合一이된 경지에서 드러나는 마음이다. 명明은 기운이 밝고 밝아서 어두운곳이 하나도없이 환한것이다. 우리말의 환해진다는것은 곧 기가밝아진 것을 뜻하는 것이다. 밝아진 것은 빛으로서, 이것이 신의 형상이다. 따라서 신명神明은 기운이 신처럼 밝고 밝은것을 말하는것이니 신명나는 것은 사람의 마음과 기운과 몸이 신의 경지에 이른것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야말로 신들린 것이 아니겠는가?
마음의 하나 됨이‘신’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 신난다는 표현을 찬찬히 보면“신난다”는 그 자체로서는 형용사적인 의미를 갖는 어떤상태를 가리킨다고 볼 수 도있다. 사실“신”이라는 낱말이 쓰인 용례를 살펴보면 명사로서뿐만 아니라 동사 혹은 형용사로서도 쓰인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암이 쓴『태백진훈』에서보면 마음(心)이 하나가 되면 신神하고, 기氣가 하나가 되면 능能하고, 정精이 하나가 되면 통通한다고 설명한 부분이있다(대배달민족사, 254쪽, 고려가“心一則神氣一則能精一則通”).
‘능能’과‘통通’이 어떤 능력을 가리키는 형용사적 용어로 쓰인 것을 생각한다면‘신神’도 절대자라는 명사적 의미로서뿐만 아니라 마음의 능력을 가리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여기에서쓰인 용례로 본다면“신”은 마음이하나가 된상태에서 드러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신통神通하다’함은‘마음이 하나가되고(神) 정精이 하나가된것(通)’으로해석할수있다.
마찬가지로‘능통能通하다’는 개념에서도‘능能’은 기가 하나가 되는것을 말한다고 볼 수있다. 그렇다면‘신’은 구체적으로 어떤상태를 가리키는 것일까?
임아상은 한뜻으로 화化하여 참으로 돌이키면 신神의 고동, 즉 신기神機가 일어난다고 하였다. 신기에는 네가지가 있는데 견신기見神機, 문신기聞神機, 지신기知神機, 행신기行神機이다. 견신기見神機는 가까이는 자신과 남의 장부 및 모근을, 멀리는 하늘 위 및 뭇세계를, 그리고 땅 속 및 물 속의 갖가지 모습을 명료하게 있는 그대로보는것을 말한다. 문신기聞神機는 하늘위와 땅위 및 뭇세계사람과 사물의 말과 음音을 모두듣는것이다. 지신기知神機는 하늘위와 하늘아래, 몸의전과 몸의뒤, 과거와 미래의일, 그리고 사람과사물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일과 신이 숨기고 귀신이 몰래 감추어 둔 것을 남김없이 모두 아는 것이다. 행신기行神機는 귀, 눈, 입, 코의능력을 바꾸어 쓸수있으며 수없이 많은 세계를번개처럼 가고오며 공중과 땅속 및 쇠, 돌, 물, 불을 걸림없이 나다니며 몸을 만억으로 나누어서 변하고 화하여 마음대로 하는것이다. 신기神機는 그야말로 시공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초능력의 세계이다.
서일은『회삼경』에서말하기를 견신기와 문신기는 덕德에서 일어나니 하나된 빈마음(性)에서 비롯하는 것이며, 지신기는 혜慧에서 일어나니 하나 된 밝은 기운(命)에서 비롯하는 것이며, 행신기는 력力에서 일어나니 하나 된 굳건한 몸(精)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영구적으로 이와 같은 능력을 모두 갖추게 되려면 깨달음의 경지인 신인합일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지만 신들리면 일시적일지라도 이와 같은 능력을발휘하게될수있을것이다. 이암이 마음이 하나가 되면 신하다고 하였으므로 신한 것은 따라서 견신기와 문신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야말로 견문이 넓어지는 것이다.
모두가 신나게 일하고 신나게 사는 세상
이와 달리 신들림에 대해서 우리는 오랜 옛날부터 당연히 가능한 것으로 수용하여 왔고 이러한 전통은 샤먼의 유습이 남아 있는 시베리아의 종족들 모두에게서 발견된다. 그 내용을 제대로 음미한다면 신들리는것에 대해 오늘날 무당이나 하는것으로서 재수없으면 당하는것 정도로 인식하는것을 새로이 할 필요가있다. 제대로 신들리는것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안 되는 수준 높은 것일 수도 있다. 모두가 신나게 일하고신나게 사는세상, 이것은 어쩌면 오늘날 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모든 문제를 극복하는 방향이자 수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신나는 유전자를 체질적으로 많이 지니고 있는 우리에게서 어쩌면 가장 희망의 싹이 많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류韓流의 내용에서도 이러한 요소가 보이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한류가 급격하게 퍼져 나가는것은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한류는 아시아만이 아니라 전세계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글 ∙방건웅
1952년 출생.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학과 졸업. 미국 노스트웨스턴 대학교에서 박사와 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신과학이 세상을 바꾼다』공저로는『대안』『새로운 의학 새로운 삶』『과학자들이 털어 놓는 기 이야기』『氣와 21세기』등이 있고 역서로는『나는티벳의라마승이었다』『성서밖의예수』『신비의쿤달리니』『환단고기』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