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 여름은 아니건만 더위가 일찍 찾아왔고 올 여름 많이 덥다고 일기예보를 하네요.
봄인가 싶으면 휙 더워져 여름이 성큼성큼 다가오니
“사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이런 소리가 무색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흔히 "더위 먹는다, 먹었다" 는 소리를 많이 하는데 더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배부를까요?
추위를 탄다고 하는데 추위 타고 어디 멀리 가는 것은 아닌데 왜 탄다고 했을까요,
말이 그런 것이긴 하지만
더위도 탄다는 소리도 하지만 먹었다는 소리를 주로 하는데
하필 더위는 먹는다는 소리를 할까요?
더위 먹으면 배가 부르나 보지요,
그러니까 식욕이 없다고 밥도 안 먹고 기운 없어 빌빌하고 그러니까요,
그리고 더위를 먹으면 자빠지던데요(일사병).
암튼 날씨가 더우면 더위를 먹었는지 소화가 잘 안되고,
몸도 무겁고, 입맛이 없고, 밥맛도 없고, 소변도 별 안 나오고, 배 아프고 그런 얘기를 할까 합니다.
비장은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이라 六氣로는 태음 濕이요
오행으로도 濕土라 습의 영향 속에 있다 하겠지요.
그러니 습기가 많은 장마철과 무더위(북태평양의 습기 많은 공기의 영향) 속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장기가 비장이 되는 것이지요.
濕이 적절하여야 비장이 그 기능을 잘하는데
습이 넘치니 제 기능을 못하여 소화가 안 되고 입맛이 없고,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는 것이지요.
젖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몸이 천근만근 무겁겠지요.
또한 습한 기운이 잔뜩 끼여 있으면 먹은 것과 같이 배가 안고프고 그러겠지요.
습이 많으니 당연한 건조한 것이 당기는데,
비오고 축축한 날 부침개 같은 바싹바싹한 음식이 당기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지요.
脾主運化 脾主肌肉四末라 비장이 사말 즉 팔다리를 주관 하니까,
비장에 습이 끼면 팔다리가 무거운 것이고요,
비 오려면 습이 증가하는지라 팔다리가 무겁고 아플 수밖에 없지요.
결국 여름철 습을 동반한 더위에 노출 되면 비장이 영향을 받아 입맛이 없고 등등
그래서 추위는 먹는다고 하지 않지만
더위는 먹는다고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기운이 없을 때 먹는
보기제의 기본방인 사군자탕(백출, 백복령, 인삼, 감초)의 백출, 백복령이
비습을 정리하여 소화기능이 좋아져 기운 나게 하는 것이지요.
더위를 먹은 것을 여름감기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때 잘 듣는 것이 곽향정기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향화습약인 곽향이 군약인 이 방제를 보면
비습을 정리하는 脾에 관련된 약제 및 정체된 기운을 풀기 위한 이기제들로 구성 되어 있고,
소엽으로 散寒解表하여 더위 먹어 오는 일명 여름감기를 해결합니다.
여름철에는 더우니까 체온 조절을 위하여 땀이 잘 나라고 주리가 열려 있으니
소엽 같은 약한 해표약을 써야 하겠지요.
가뜩이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질비질 나는 여름철에
마황 같은 강발한제를 쓰면 땀이 비 오듯 하겠지요.
그래서 마황탕, 갈근탕, 소청룡탕 등 마황이 들어 있는 방제는 여름철에 신중히 써야 하는 것이지요.
곽향정기산 藿香正氣散 (방향화습/芳香和濕, 해표화중/解表和中)
곽향(藿香) 대복피(大腹皮) 소엽(蘇葉) 백지(白芷) 백출(白朮) 진피(陳皮) 길경(桔梗) 반하(半夏) 감초(甘草) 후박(厚朴) 복령(茯笭) 생강(生薑) 대추(大棗) (화제국방)
속이 메스껍다, 구역질이 난다, 배가 아프다, 설사가 난다, 복부팽만감이 있다, 가슴이 쓰리다, 몸이 무겁다, 식욕이 없다, 입맛이 없다 ,입이 마른다 등의 습곤비위(濕困脾胃) 증상에, 오한이 난다 열이 난다 머리가 아프다 등의 표한(表寒) 증상이 나타날 때. (조제지침서)
한마디로 더위 먹었을 때 이렇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 하자면, 더위 먹었는지 속이 안 편하다 이것이지요.
추위에 몸이 상하면 상한(傷寒), 바람에 상하면 중풍(中風) 그리고 더위에 상하면 상서, 중서(中暑) 이렇게 표현 할 수 있지요.
중서라는 말이 더위 먹었다는 소리가 되겠지요.
족양명위경이라 비와 표리간인 양장부인 위(胃)는 양명기운인 조(燥)가 적당해야 하는데
습이 많은 계절인 여름철에는 아무래도 불편 하겠지요.
그러다 습의 계절이 가고 양명기운이 지배하는 가을이 오면 그 조한 기운 덕에 밥맛, 입맛이 돌아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천고마비라는 소리도 나오고
한여름 동안 지친 몸을 수습하여 겨울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지요.
더위 먹어도 속이 편치 않지만
속상한 일이 생기거나, 속을 썩거나, 속 끓일 일 있으면 당연히 속이 편치 않겠지요.
고민이 많거나 생각이 많으면(思가 많으면) 비(脾)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지요.
생각이 복잡하고 골머리 썩히고 있는데 밥이 잘 넘어가면 이상한 일이잖아요.
그럴 때는 끼적끼적 먹는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억지로 먹지 않나요.
어떻게 하면 뱃속이 편할까요?
뱃속이 편하다, 속 편하다, 속상한다, 비위가 상한다, 비위가 좋다, 비위가 약하다,
뱃속 그러면 비위가 떠오르는 데
비위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비위 [비ː―][脾胃] <명사> ①지라와 위.
②어떤 음식물을 대하여 먹고 싶은 기분. ¶~가 동하다. ~를 돋우다. ~에 맞는다.
③어떤 사물을 대하여 무엇을 하고 싶은 마음. ¶~를 맞춰 주어야 말을 잘 듣는다. ~에 잘 맞는 일.
④어떤 음식물을 먹어 삭여 내는 힘. ¶~가 가라앉았다. ~가 약하다.
⑤아니꼽고 싫은 일을 대하여 견디어 내는 힘. ¶창피도 모를 만큼 ~가 대단한 사람. 내 ~로는 정말 못 참을 일이다. 뱃속이 편하다는 건 비위가 좋다는 얘기라 비위가 생리적으로 편한 것도 되지만,⑤에서 처럼 "비위가 상한다", "비위도 좋고 넉살도 좋다"는 표현하는 경우도 흔하지요.
비(脾)의 뜻을 살펴보면 더 확실하겠지요.
脾를 보면 月에 卑(비)를 붙여 놓은 글이라
여기서 月은 신체장기 이름에 쓰일 때는 月(월)이 아니라 肉(육)변으로 月을 써 놓은 것이고
脾에서 卑(비)-낮을 비-를 쓴 의미를 헤아려 보면
즉 나를 낮추면 脾(비)가 편하다 즉 뱃속이 편하다는 의미가 되겠고,
비는 사(思)와 관련 있는 장부로 생각이 많아지면 脾가 움직이지 않고 탈이 나는 것이라
고민이 많으면 입맛이 떨어지고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뱃속이 편치 않고 탈이 나는 것입니다.
뱃속이 편하려면 즉 비위가 좋아지려면 나를 낮추면 된다는 소리가 되는 거지요.
불교에서 나를 낮추는 수행을 하고 기독교에서 교만하지 말라 하는데
나를 낮추는 가운데 정신적으로 평안을 찾을 수 있다는 거지요.
귀비탕(歸脾湯)이 신경쇠약, 불면, 심계항진, 불안초조. 속상하고 이럴 때 쓰는데,
속이 편치 않으니(마음속이나 뱃속이) 당근 불안하고 잠도 오지 않고
그런데 歸脾湯을 먹으면
脾가 제자리로 돌아오니 편해진다 해서 돌아올 歸 비장 脾를 써서 귀비탕이라 한 것이지요.
귀비탕(歸脾湯) (보양심비(補養心脾) (제생방)
용안육(龍眼肉) 당귀(當歸) 산조인(山棗仁) 원지(遠志) 인삼(人蔘) 황기(黃芪) 백출(白朮) 백복신(白茯神) 목향(木香) 감초(甘草)
사려과도(思慮過度)와 노상심비 및 건망정충을 치료한다 (조제지침서)
나를 내세우고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받들어 주길 바라고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번뇌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 속상한 일이 많이 생기고 당근 뱃속이 편할 수 없겠지요.
서로가 그대로 인정하여 받아들이고 보여주고 서로가 낮아지길 원한다면
뱃속이 편해지겠지만
서로 저마다 잘 났다고 과대포장 하고 남을 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출세하였다 하니,
그렇지 못하면 속이 편치 않겠지요.
더위 먹기 쉬운 계절 여름이 다가 오는데
속 상하기 쉬운데 조금씩 양보하며 속 편하게 살아요!